행정소송은 벌써 1심 끝났는데…아직도 "법리 검토 중"
관련 고발 8건…업무방해죄 형사 처벌하려면 고의성 입증돼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2년째 답보 상태다.
경찰이 사실관계가 명확한 사안에 대해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않는 사이, 의혹의 당사자인 정 회장과 홍 감독이 먼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수사 '실익'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29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는 홍 감독 선임 관련 정 회장의 업무방해·업무상 배임 등 혐의 고발사건을 2024년 7월 배당받은 뒤 아직도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정 회장 외 이임생 전 기술이사 등 협회 관계자들도 피고발인 신분으로 수사선상에 올랐으나 역시 처분은 아직이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관련자 조사도 더 이뤄져야 하고, 법리검토도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의 고발 내용만으로 송치 여부를 정할 수 없어 혐의점을 구체적으로 파악 중이라는 취지다.
수사상 사실관계는 2024년 11월 문체부 감사와 이어진 행정재판을 통해 모두 드러났는데도, 구체적인 혐의 구성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도 이날 정례 기자 간담회에서 "관련된 고발사건은 8건"이라며 "홍 감독 (자체는) 고발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행정소송도 4월에 1심 판결이 났는데, 재판 절차도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축구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정 회장에 대한 중징계 요구를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지난 4월 협회 패소 판결과 함께 사실관계를 밝혔다.
2024년 홍 감독 선임 당시 축구협회의 전력강화위원회가 그를 1순위 후보로 선별하는 과정에서 위법성이 확인됐다는 게 법원 설명이다.
전력강화위가 홍 감독을 낙점한 뒤 정해성 전 위원장이 정 회장과 소통하다가 돌연 사퇴하자, 축구협회 수뇌부가 권한이 없는 이 전 기술이사에게 감독 추천권을 넘겼다고 봤다.
이렇게 절차적 하자를 품은 상태에서 전력강화위로부터 보고받아 감독 선임을 최종 승인하는 이사회의 결정 역시 충분한 토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는 결론이다.
협회는 1심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한 상태다.
경찰은 이러한 행정 처분과 형사 사안에 대한 판단은 다르다는 입장이다.
업무방해 혐의가 성립하려면 정 회장이 속임수나 강압으로 전력강화위원회나 축구협회 각 기관을 방해하려는 '고의성'이 추가로 입증돼야 한다.
실제로 정 회장의 경우, 정 위원장이 홍 감독이 적임자라 보고하자 '외국인 후보자도 만나보라'고 지시하는 등 처음부터 홍 감독의 선임을 지지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포츠윤리센터도 2024년 이를 조사한 뒤 정 회장의 고의적 과오가 아닌 '직무태만'이라고 결론 냈다. 회장으로서 임직원이 규정대로 일하는지 감독할 의무를 저버렸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작년 11월 발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경찰의 1차 처분 평균 소요 기간은 64일이었다. 수사에 시간이 필요한 지능범죄도 평균 102일이면 결론이 났다.
수사가 이례적으로 지연되는 사이 정 회장과 홍 감독은 차례로 퇴진 의사를 밝혔다.
정 회장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앞둔 지난달 성명을 내고 대회 폐막 이후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홍 감독도 대회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이날 오전 대표팀의 베이스캠프 훈련장이었던 멕시코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서 취재진과 만나 사퇴 의사를 밝혔다.
경찰은 홍 감독에 대한 살해 협박 글이 온라인상에 공유되는 등 관련 상황을 파악하고, 귀국 현장에서 실제 피해가 없도록 예의주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