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 쓴 김윤지 "재능 숨긴 장애인들, 후회 없이 도전하길"
첫 출전서 '금2·은3' 수확…올림픽까지 통틀어 단일 대회 역대 최다 메달
19세 '철인' 김윤지(BDH파라스)는 생애 첫 패럴림픽에서 올림픽 영웅들도 도달하지 못한 단일 대회 '5개 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장애인 스포츠의 간판스타로 우뚝 섰다.
성실함과 끈기, 타고난 재능에 정신력까지 운동선수의 자질을 고루 갖춘 그였지만, 정작 선수의 길을 꿈꾼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15일(현지시간) 생애 첫 패럴림픽을 마친 뒤 기자회견장에서 김윤지는 "저는 제가 체육을 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고, 선수가 될지 몰랐다"며 "장애를 가진 학생 중 내외부 요인으로 재능이 있는데도 펼치지 못하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이번 동계 패럴림픽을 통해 노르딕스키가 경쟁력이 있고,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 같다"며 "제 경기나 다른 선수들 경기를 보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사람이 있다면 정말 환영한다. 매력을 느낀 분이 있다면 후회 없이 꼭 스포츠에 도전하시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윤지는 이번 대회에서 무려 5개의 메달을 거머쥐었다.
금메달 2개를 목에 걸며 한국 선수 최초의 동계 패럴림픽 2관왕에 올랐고, 은메달 3개를 보태 한국 스포츠 사상 최다인 '단일 대회 메달 5개'라는 새 역사를 썼다.
동·하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통틀어 한국 선수가 한 대회에서 메달 5개를 딴 것은 김윤지가 처음이다.
김윤지는 "대회를 앞두고 감기에 걸려서 사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걱정했는데, 예상 외로 좋은 성적이 나와 기쁘다"며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에는 오래 한 베테랑들이 많다. 그런 선수들과 견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선수가 됐다는 게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나중에 생각했을 때 후회가 남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며 "이번 대회는 모든 종목 모두 후회 없이 뛰었다. 내가 잘하는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006년생인 김윤지는 여름에는 수영, 겨울에는 노르딕스키 선수로 활약하는 '이도류'다. 여기에 학업 성적도 독보적이다.
한국체대 특수교육체육과 1학년 1학기 과 수석을 차지할 정도로 어느 하나 놓지 않고 모든 것에 정성을 쏟는다.
김윤지는 "어릴 때부터 승리욕이 강한 편이었다"며 "항상 하면 잘하고 싶고, 해내고 싶었고, 내가 뱉은 말은 지키고 싶어 하는 성격"이라고 자신을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의 '악바리 근성'은 빛났다.
패럴림픽 통산 24개의 메달을 수확한 '살아있는 전설' 옥사나 마스터스(미국)가 버티는 노르딕스키에 등장해 기어코 그를 꺾고 2관왕을 달성하며 한국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경기 도중에도 성장은 이어졌다. 앞선 스프린트와 인터벌 경기에서 초반 오버페이스로 마스터스에게 역전을 허용했던 김윤지는 마지막 경기에서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노련한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여유로운 페이스 관리로 중반부터 완전히 리드를 잡아 압도적인 실력을 과시하며 자신의 두 번째 '금빛 질주'를 마쳤다.
김윤지는 "경기를 하다 보면 항상 이길 수는 없고 늘 웃을 수도 없지만, 생각보다 부진한 경기라도 배우는 것이 있고 그것이 나중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돌아봤다.
이어 "모든 선수가 자기 경기를 위해 집중하고 노력하는 만큼, 내가 하는 만큼의 축하도 받고 싶다"고 당당히 말했다.
새 역사를 쓴 19세 '철인' 김윤지의 레이스는 이제 막 출발선을 통과했을 뿐이다.
궁극적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는 "육각형 선수가 되고 싶다"며 "나중에 후배들이 들어왔을 때 도움을 주고, 힘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