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 추방' 국민대 교수 "北전문가란 말에 긴장고조된 듯"
러 출신 란코프 교수 "라트비아가 입국금지…이유 몰라"
라트비아서 구금·추방당한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교수는 25일 "사전에 어떠한 경고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란코프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라트비아 외무부 장관이 입국 금지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며 "그 사실을 알 수 없었고, 왜 그런 명령을 내렸는지 공식적으로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는데, (내가) 북한 전문가라는 말을 듣고 긴장감이 고조된 게 아닐까 추측된다"고 했다.
발트 3국 중 하나인 라트비아는 1991년 소련 연방에서 독립한 이후 줄곧 러시아와 대립하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기점으로 관계가 사실상 단절됐다. 라트비아는 2022년 러시아를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하고 2023년 주라트비아 러시아 대사를 추방하기도 했다.
체포 후 구금됐던 란코프 교수는 이민 당국에 인계된 후 변호사를 접견했다. 이후 출국 명령을 받고 국경 지대로 이송된 뒤 지인의 도움을 받아 인접국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으로 이동했다. 그는 강연 등 향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유럽에 머무르다가 내달 4일 한국으로 돌아온다.
란코프 교수는 현지시간 24일 오후 7시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 예정됐던 북한 관련 강연 시작 30분 전 경찰에 체포됐다. 강연은 북한 엘리트 계층의 생존 논리에 대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는 "라트비아 정부의 과민 반응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갈수록 심각하고 어려워지는 국제 상황을 감안하면 생길 수 있는 일"이라며 "지나치게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텔레그램에서도 "독자분 대부분은 제가 북한 관련 강연을 하려던 리가에서 일어난 다소 기이하고 소란스러운 사건을 이미 알고 계실 것"이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강제 추방을 집행한 경찰과 이민당국자들이 정중하고 우호적인 태도로 자신을 대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원인이나 라트비아 외무부가 자신을 입국 금지 명단에 올린 논리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아는 바가 하나도 없다"며 자신과 변호사에게 전달된 문서에는 아무런 설명도 담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이번 라트비아 방문이 30년 만에 처음이었지만 4시간 만에 끝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현실에 대해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면서 "이번 일과 관련해 추가적인 조처를 하지 않을 것이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인 란코프 교수는 1980년대 교환학생으로 북한에 4년간 거주한 뒤 평생 북한학을 연구했다.
1990년대부터 한국과 호주에서 활동하던 그는 2004년부터 서울에서 북한학 강의를 시작했고, 현재 러시아와 호주 이중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강연 주최 측은 란코프 교수 체포 당시 호주 영사관에 사건을 알렸다고 밝혔다.
란코프 교수는 냉철하고 현실적인 대북관을 바탕으로 "북한 정권은 제한된 자원을 쥐어짜며 체제 생존을 위해 강대국을 교묘히 조종하는 '마키아벨리적 정권'"이라고 비판해 왔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과 북한군의 파병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밝힌 바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 법원은 지난해 4월 란코프 교수가 러시아에서 '불온 단체'로 지정된 조직 활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그에게 1만루블(약 130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다룬 그의 저서 '김치뿐 아니라', 북한인들의 일상을 설명하는 '38선 북쪽' 등이 출간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