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0-28(월)
 

세계인의 축제 ‘2024 제33회 파리하계올림픽대회(이하 파리올림픽)’가 여름을 달구고 있다. 틀을 깬 시도와 화려한 볼거리로 시선을 사로잡은 개회식과 함께 시작된 파리올림픽은 연일 스포츠 역사를 새롭게 쓰는 중이다. 태극전사들 역시 감동의 드라마와 함께 연일 메달 수상 소식을 알려오고 있다. 열정과 환호로 가득한 파리올림픽의 생생한 현장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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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이우석, 김제덕이 7월 29일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양궁 남자 단체전 3연패를 달성한 후 ‘세 손가락’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첫날부터 금·금·금…


7월 26일(현지시간) 파리 센강 오스테를리츠 다리 위로 프랑스 국기를 상징하는 삼색 연막탄이 터졌다. 파리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이었다. 파리에서 올림픽이 개최된 것은 1900년, 1924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이자 100년 만이다.


206여 개국 1만 5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해 32개 종목, 329개 세부 경기에서 선의의 대결을 펼치고 있다. 21개 종목, 선수 143명이 출전한 한국 선수단은 개막 첫 3일간에만 14개의 메달을 걸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선수단 규모가 크게 축소되면서 역대 가장 어려운 대회가 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연일 반전의 드라마를 만들어내면서 온 국민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우리나라는 8월 1일 현재 종합 6위(금메달 6개·은메달 3개·동메달 3개)를 기록하고 있다.


개막 첫날 금메달 소식을 전하는 우리나라 올림픽의 전통은 펜싱 종목의 오상욱이 지켰다. 오상욱은 7월 27일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를 꺾고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 2019년과 2024년 아시아선수권대회, 2022년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보유한 오상욱은 이번 올림픽 금메달까지 석권하며 메이저 국제대회 개인전에서 모두 우승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이는 남녀를 통틀어 한국 펜싱 사상 첫 기록이다.


펜싱 종주국 프랑스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인 오상욱은 경기 중 뒤로 넘어진 상대에게 다가가 손을 건네 잡아 일으켜주면서 실력 못지않은 매너로도 큰 박수를 받았다. 오상욱은 잘생긴 외모로도 해외 팬들에게 화제가 됐다. 그의 누리소통망(SNS) 계정에는 국내외 팬들의 응원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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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펜저스’로 불리는 구본길, 박상원, 도경동, 오상욱이 7월 31일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기분 좋게 출발한 한국 펜싱은 나흘 뒤 열린 단체전에서도 새 역사를 썼다. ‘어펜저스(펜싱+어벤저스)’로 불리는 오상욱, 구본길, 박상원, 도경동으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헝가리를 45대 41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2012 런던올림픽, 2020 도쿄올림픽에서 2연패(2016 리우올림픽은 종목 로테이션으로 제외)에 이어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3연패를 달성했다. 오상욱은 한국 펜싱 사상 첫 올림픽 2관왕에 등극하는 쾌거를 이뤘다.


양궁 여자 단체전 10연패 신화를 쏘다


7월 28일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 경기장에서도 신화가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양궁 여자 대표팀이 단체전에서 중국을 꺾고 우승하며 10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 금메달 시상대에 오른 한국 양궁 여자 대표팀의 남수현, 임시현, 전훈영은 손가락과 금메달로 숫자 10을 만들며 양궁 세계 최강국임을 세계에 알렸다. 단체전이 처음 도입된 1988 서울올림픽부터 이어진 연패 기록으로 세계 양궁 역사에 새로운 금자탑을 쌓았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특정 나라의 특정 종목 연속 우승 최다 타이기록이다. 외신들은 “만약 어떤 스포츠가 한 국가에 지배된다면 바로 한국과 여자 양궁”, “올림픽 최고의 왕조” 등으로 소개하면서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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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영, 임시현, 남수현이 7월 28일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양궁 여자 단체전 시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손가락과 금메달로 숫자 10을 만들며 양궁 세계 최강국임을 알렸다. 사진 뉴시스

7월 30일에는 양궁 남자 대표팀이 한국 양궁의 존재감을 한 번 더 확인시켜줬다. 김우진, 이우석, 김제덕으로 이뤄진 남자 대표팀은 2016 리우올림픽, 2020 도쿄올림픽에 이어 3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 ‘파이팅 포효’로 유명한 김제덕은 활을 쏠 때 손등에 벌이 앉았음에도 흔들리지 않고 10점 과녁을 명중해 화제가 됐다.


같은 날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는 오예진과 김예지가 동시에 일을 냈다.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경쟁하던 두 사람은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에 올랐다.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오예진은 마지막 발에서 10.6점을 명중해 243.2점으로 올림픽 신기록까지 수립했다. 세계 랭킹 35위로 사실상 메달 후보가 아니었던 오예진은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며 사격 대표팀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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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랭킹 35위로 올림픽에 임한 오예진은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면서 여자 10m 공기권총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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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표정으로 권총 잠금장치를 확인하는 모습의 영상이 화제가 된 김예지. ‘최고의 액션 배우’라는 찬사와 함께 온라인에서 유명세를 겪는 중이다. 사진 뉴시스

‘최고의 액션 배우’ 세계 누리꾼들 환호


은메달을 딴 김예지는 온라인에서 뜻밖의 유명세를 겪고 있다.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온 김예지의 5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사격 월드컵 여자 25m 권총 경기 영상이 세계 팬들을 홀렸다. 당시 세계 신기록을 세우고도 차가운 표정으로 권총 잠금장치를 확인하는 여전사 같은 모습에 ‘멋지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자 엑스의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까지 ‘액션영화에도 사격 세계 챔피언이 나온다면 멋질 것 같다’, ‘김예지를 액션영화에 캐스팅해야 한다. 연기는 필요하지 않다’는 댓글을 남기며 눈길을 끌었다.


공기소총 종목에서는 여고생 소총수 반효진이 사격의 새 역사를 썼다. 7월 29일 파리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 개인전에서 황위팅(중국)과 슛오프 접전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6세 10개월 18일에 금메달을 목에 건 반효진은 대한민국 하계올림픽에서 100번째 금메달이자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라는 영광을 차지했다. 도쿄올림픽이 열린 2021년에야 처음 사격을 시작한 반효진은 경력이 3년밖에 안되지만 타고난 천재성과 성실함으로 이번 파리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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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소총수 반효진은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 개인전에서 접전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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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에서는 ‘삐약이’ 신유빈과 임종훈이 혼합복식 경기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탁구에서 12년 만의 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두 선수가 기쁨의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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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혼합복식 동메달의 주인공 신유빈·임종훈이 금메달을 획득한 중국의 왕추친·쑨잉사, 은메달을 획득한 북한 리정식·김금용과 휴대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탁구·유도장에서도 태극기 휘날리며


탁구에서는 12년 만에 메달이 나왔다. ‘삐약이’ 신유빈과 임종훈이 7월 30일 파리 아레나 파리 쉬드에서 열린 혼합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홍콩을 꺾고 메달을 목에 걸었다. 중국과 북한의 혼합복식 결승을 기다리는 중국 관중이 일방적으로 홍콩을 응원해 분위기를 흔들었지만 두 선수는 보란 듯이 세트스코어 4대 0으로 가볍게 홍콩을 꺾었다. 이로써 한국 탁구는 2012 런던올림픽 남자 단체전에서 은메달 이후 오랜만에 올림픽 시상대에 서게 됐다. 한국 여자 탁구 선수가 메달을 획득한 것은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 단체전 3위 이후 16년 만이다. 8월 19일 군 입대가 예정돼 있던 임종훈은 병역특례 혜택도 얻게 됐다.


유도 허미미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프랑스 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리러 가겠다”던 본인의 올림픽 출사표를 지켰다. 7월 29일 유도 여자 57㎏급 결승전에 올라 세계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에게 석패했지만 금보다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허미미는 유도 선수였던 아버지를 동경해 도복을 입었다. 중학교 때부터 일본에서 두각을 나타냈는데 2021년 별세한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한국 국적을 택하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허미미는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이다.


이준환은 허미미에 이어 유도 종목의 두 번째 메달 주인공이 됐다. 7월 30일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유도 남자 81㎏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계 1위 마티아스 카스(벨기에)를 이겼다. 연장전 48초 만에 승리를 확정지은 이준환은 울음을 터뜨렸다. 이준환의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이었고 메달 획득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수영에서는 ‘마린보이’ 박태환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메달이 나왔다. 7월 28일 파리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열린 수영 남자 400m 자유형 결승에서 김우민이 3분 42초 50에 터치패드를 찍어 3위에 올랐다. 시상대에서 눈물을 꾹 참은 김우민은 이후 진행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사지가 타들어가는 느낌이었지만 올림픽 메달을 위해 감당해야 할 무게라고 생각했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선수단의 초반 기세와 활약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파리올림픽 메달 목표치를 조기에 달성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선수촌 내에서 우리 선수단의 사기는 크게 오른 상태다.


목표치를 조기 달성한 만큼 폐회일인 8월 11일까지 어떤 종목에서 금메달을 보탤지가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앞으로 치르게 될 양궁 남녀 개인전과 혼성전에 걸린 3개의 금메달을 모두 딴다면 파리올림픽 전체 금메달이 두 자릿수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깜짝 금메달 종목으로 근대5종 등이 거론되고 단식, 복식, 혼합복식에서 순항 중인 배드민턴에서 최소 2개 이상 금메달을 획득하면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아진다. 21개 종목 143명의 출전 선수로 구성된 소수 정예 팀코리아의 선전이 한여름의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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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여자 57㎏급 결승전에 오른 허미미는 석패했지만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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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의 두 번째 메달 주인공 이준환은 연장전 돌입 48초 만에 승리를 확정지은 순간 울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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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과 감동의 드라마 ‘팀코리아’ 온 국민을 웃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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